요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니 희한하게 이 추진방식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아무래도 사람들을 가장 잘 자극할 수 있는 건 '기존에 확실하게 믿고 있던 법칙이 깨졌다' 하는 것인가 봅니다.
예전에 CERN에서 타키온(빛보다 빠른 입자)을 발견했다고 했을 때도 딱히 그 연구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사람들은 없을텐데 여기저기서 이야기 소재가 되었고, (심지어 이걸 책 내용에 넣은 작가도 있던데...) 영구기관같은 경우에는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죠.
http://news.donga.com/It/New/3/08/20110923/40554256/1
http://scienceon.hani.co.kr/?mid=media&category=79&document_srl=32603&page=10
이번 EmDrive라고 하는 새로운 추진 방식, NASA에서 실험을 했고 과학계가 발칵 뒤집어졌다고 하는 이 엔진에 대한 이야기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봅니다.
1. 왜 유명해졌나?
이게 외국에서도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 1차 출처는 아래의 링크로 보입니다.
http://www.playxp.com/community/funny/view.php?article_id=4999062
그러더니 이 글이 삽시간에 펴져나가서 계속 이슈가 되고 있고요.
2. 무엇이 문제인가?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이 엔진에 대한 논란은 이것과 가장 관계가 깊습니다.
얼마전 흥행을 했던 영화 그래비티를 보시면 주인공은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을 하기 위해서 뒤로 가스를 뿜어내죠.
그런데 왜 뒤로 가스를 뿜었다고 사람이 앞으로 이동하게 될까요? 가스로 무언가를 밀어내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걸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운동량 보존의 법칙입니다.
우주에서 1kg짜리 공을 든 60kg의 사람이 가만히 떠있습니다. 이 경우 운동량은
(60kg+1kg)*0 = 0
공을 뒤로 1m/s의 속도로 던진다면 공이 갖는 운동량은
1kg * (-1m/s) = -1kg*m/s
운동량이 보존되기 위해서 사람은 +1kg*m/s의 운동량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의 이동 속도는 1/60 m/s가 됩니다.
2-1. 로켓 발사의 원리
우주왕복선이 날아갈 때 보면 정작 스페이스 셔틀 자체의 크기는 작은데 연료통은 커다란 것을 세 개나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연료를 전부 태워서 아래로 발사해야만 대기권을 돌파하고우주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이죠.
http://www.kari.re.kr/sub030303/articles/view/tableid/dic_rocket/id/2684
2-2. 이온 추진 엔진
사실 이쪽은 제 전공 분야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 저 EmDrive라는 엔진의 비교 대상이 기존 개발된 이온 추진 엔진으로 나오더라고요. 결론적으로는 그냥 로켓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데 가스 대신 이온이 나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http://www.kari.re.kr/sub030303/articles/view/tableid/dic_rocket/id/2686
2-3. 그렇다면 문제는?
로켓 발사를 위해서는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는데, 이 EmDrive라는 것은 아무리 봐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없으니 운동량이 0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추진이 된다고 하니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080502109954801002
3. EmDrive란?
3-1. EmDrive의 원리
http://www.theverge.com/2014/8/1/5959637/nasa-cannae-drive-tests-have-promising-results
http://www.wired.co.uk/news/archive/2014-07/31/nasa-validates-impossible-space-drive
http://en.wikipedia.org/wiki/EmDrive
그 사이 위키페디아 항목까지 생겼습니다...
EmDrive 관련 그림이 우리나라 웹에는 몇 군데 돌아다니는데 이상하게 구글에서 찾아보면 안 나오네요 흠... 어쨋든 아래 사이트 그림을 참조하세요.
http://peswiki.com/index.php/Directory:Emdrive_(Electromagnetic_Space_Drive)
EmDrive의 원리라고 하는 것은 관 내부에 전자파를 보내서 진동시키면 관 앞뒤로 압력차이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 압력차이를 추진력으로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3-2.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알려졌나?
2000년 영국의 Roger J. Shawyer라는 과학자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논문을 쓴 이후 여러 저널에 투고했으나 전부 떨어지고, 결국은 New Scientists라는 과학 잡지에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게 됩니다.
http://www.emdrive.com/theorypaper9-4.pdf
2008년 중국 Xi'an이란 도시의 Northwestern Polytechnical University 대학 연구진들이 자신들이 이에 대한 이론을 설명해내고 작동하는 엔진을 만들어냈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에 대해서는 워낙 학계의 불신도 높은데다가 중국이라... 넘어가게 됩니다.
2013년 나사의 몇몇 연구진들이 이 엔진에 대해 실험을 수행해보게 됩니다. 사실 알고보면 나사도 이런 이상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실제로 워프 연구도 나사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8월 나사에서 8일에 걸쳐 실험이 이루어졌고, 2014년 7월 말 SAE, ASME 등 미국 내 학회들이 모여서 개최한 제50회 Propulsion 학회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하게 됩니다.
발표는 7월 28일 이루어졌고, 이후 7월 30일부터 시작하여 국내에 급속도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3-3. 나사의 연구 내용은?
사실 나사의 상세 연구 내용은 학회에서 발표하기 전에 한 페이지로 요약해서 보내는 것이 있는데 그게 인터넷에 올라온게 전부라 알 수 없습니다.
http://ntrs.nasa.gov/search.jsp?R=20140006052
그나마 올라온 것을 바탕으로 읽어보면
- 2013년 8월에 8일에 걸친 시험. 6일동안 장비 설치하고 2일동안 실험.
- 935MHz의 전자파를 보냈더니 30~50uN의 추진력이 생김.
- 비교를 위해 추진력이 안 생겨야 하는 장치/생겨야 하는 장치 두 가지를 만들어 테스트 했는데 둘 다 추진력 발생.
- 추진력이 생기긴 했으나 원인은 모름.
4. 왜 논란이 되는가?
4-1. 운동량 보존법칙에 안 맞는 것으로 보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전자파만 가지고 추진력이 생긴다는게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처음 제작한 영국 과학자나 중국 과학자, 나사 등에서 양자론적 접근이나 전자기학에 의한 접근 등을 한 것으로 보이나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면, 기존의 우주왕복선처럼 커다란 연료통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관하고 전자파 발생기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정말 이게 제대로 된 장치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4-2. 중국 연구진들이 제대로 된 발표를 하지 않음
중국 연구진들이 2008년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이야기일 뿐 논문 제출은 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실험까지 성공했다면 벌써 논문을 내고도 남았을 것인데 아직까지 그런 말이 없다는 점이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4-3. 논문에 틀린 내용이 있는데?
이건 위키페디아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내용입니다만, Shawyer가 초기 발표한 논문 수식에는 틀린 점이 많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적받자 해당 부분을 제거하는 등으로 대응했다고 하나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또한 초기에 발표한 곳이 저널도 아니고 그냥 잡지, 그것도 평이 좋지 않은 잡지인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5. 그래서 어떻다고?
해당 이론을 처음 주장한 영국의 Shawyer는 운동량 보존법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게 맞다면 논란은 끝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새로운 추진체가 탄생한 것이 됩니다.
중국 연구진들은 고전 전자기학으로 설명하려 했고, NASA에서는 양자론으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설명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보이기로는 테스트 용도로 사용한 엔진의 출력이 작은데다가 정확한 내용이 공개된 것도 아니라 어떻다라고 확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과거 상대성이론이 틀렸다던가 하던 때의 발표와 마찬가지로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옳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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